독서기록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푸른버섯 2024. 11. 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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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저, 다산책방 출판, 2023년.

 


 
이처럼 사소한 것들/클레어 키건 

원서명 : Small Things Like These
발행일 : 2023년 11월 27일
쪽수 : 131쪽
출판사 : 다산책방
번역가 : 홍한별
가격 : 종이책 13,000원, eBook 11,000원

 
 
안녕하세요, 푸른버섯입니다.
 
지난 유월에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를 읽고 또 하나의 명작이라 불리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9월의 끝에 읽었는데 글은 한 달이나 지나서 쓰게 되었네요. 
 
책의 배경은 겨울입니다.
엊그제부터 날씨가 매우 쌀쌀해졌는데 마침 이 책이 다시 생각이나 적절한 시기라 생각되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던 9월은 여름이 쉬이 가지 않았었는데 어느새 겨울을 코 앞에 두고 있다니 새삼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가 놀랍습니다. 
 


 

작가 소개

 
작가 클레어 키건에 대한 소개글을 가져왔습니다. 

Claire Keegan
1968년 아일랜드 위클로에서 태어났다. 17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로욜라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정치학을 공부했다. 이어서 웨일스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 학위를 받아 학부생을 가르쳤고, 더블린트리니티칼리지에서 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가디언》은 키건의 작품을 두고 “탄광 속의 다이아몬드처럼 희귀하고 진귀하다”라고 평한 바 있다. 이는 그가 24년간 활동하면서 단 4권의 책만을 냈는데 그 모든 작품들이 얇고 예리하고 우수하기 때문이다.

1999년 첫 단편집인 『남극(Antarctica)』으로 루니 아일랜드 문학상과 윌리엄 트레버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2007년 두 번째 작품 『푸른 들판을 걷다(Walk the Blue Fields)』를 출간해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출간된 가장 뛰어난 단편집에 수여하는 에지 힐상을 수상했다.
2009년 쓰인 『맡겨진 소녀』는 같은 해 데이비 번스 문학상을 수상했고 《타임스》에서 뽑은 ‘21세기 최고의 소설 50권’에
선정되었으며 2022년 콤 베어리드 감독에 의해 영화 「말없는 소녀」로 제작되었다. 
2021년,『이처럼 사소한 것들(Small Things Like These)』로  오웰상(소설 부문)을 수상하고,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2024년 현재 아일랜드 배우 킬리언 머피가 직접 주연과 제작을 맡아 영화로 제작 중이다.

 
저는 클레어 키건의 저서 절반을 읽은 독자가 되었네요. 나머지 두 권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가디언의 평가처럼 키건의 예리한 문체가 좋았습니다. '맡겨진 소녀'를 읽고 미묘한 감정과 분위기를 참 잘 표현하는 작가라 생각했는데 '이처럼 사소한 것들'에서도 역시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배우 킬리언 머피가 제작 중인 영화도 무척 궁금합니다. 찾아보니 아일랜드에서 며칠 전인 24년 11월 1일에 개봉했다고 하네요. 국내에는 12월 개봉예정이라고 합니다. 킬리언 머피가 주인공인 펄롱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기대가 됩니다. 개봉하면 꼭 보러 가야겠습니다. 
 


 

한줄평

 
'소설도 시 같을 수 있구나'
 

독서 기록

 
책을 보신 분이라면 정말 얇은 두께에 놀라셨을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이렇게나 적은 페이지에 이런 글을 담을 수 있다니 하고 감탄하게 된답니다.
마지막에 적혀있는 옮긴이의 글까지 꼭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짧은 글인 만큼 단어 하나하나를 더 곱씹게 됩니다. 작가의 말처럼 한번 더 읽으면 또 다른 글 맛을 느낄 것 같아 저도 12월에 다시 읽으려 합니다. 
 
번역서를 읽을 때면 원서 제목과 번역한 제목을 비교하곤 하는데요, Small things like these라는 원어 제목을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라고 인상적이었습니다. small things와 사소한 것들. 이 또한 책장을 덮은 뒤에 더 와닿았습니다.

이 책을 짧게 요약하자면 1985년, 부인과 다섯 딸이 있는 펄롱이라는 남자가 수녀원에서 일어나는 일을 목격한 뒤 외면하지 않고, 끊임없이 고뇌하고, 끝내 구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펄롱이 석탄을 배달하며 어느 정도 살아가는, 다른 사람에게 호주머니 속 잔돈을 나누어주는 사람이라는 묘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책을 읽으며 마음으로 밑줄을 그었던 문장을 적어봅니다. 

(저작권 문제로 직접 발췌하지 않고, 비슷한 문장으로 수정하여 작성하였습니다.)

📖 펄롱은 언제나 다음으로, 다음 할일을 생각했습니다. 잠시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은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 펄롱이 맞춤법 대회에서 상을 받고, 미시즈 윌슨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주었습니다. 얼마간 펄롱은 키가 한 뼘은 자란 기분과 다른 아이들처럼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 펄롱은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평생을 한 번도 세상에 맞서는 용기를 내지 않고도 기독교인이라 스스로를 칭할 수 있을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을지 생각했습니다. 

📖 펄롱은 미시즈 윌슨이 그에게 보여줬던 친절, 격려, 말과 행동, 그리고 사소한 것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로 하나의 삶을 이루었음을 생각했습니다. 미시즈 윌슨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자신의 어머니 또한 그곳에 가고 말았을 것이라고, 펄롱이 구하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어머니였을 수 도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클레어 키건, 『이토록 사소한 것들』, 홍한별 역, 서울: 다산책방, 2023.

 
키가 한 뼘은 자란 기분이라니, 어깨가 으쓱한 기분과 비슷한 걸까요. 정말 귀여운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라를 데리고 나서면서, 거리를 걸어 자기 집으로 데러 가는 펄롱. 그 길에서 생각하는 펄롱.
이 책은 소설이 시 같을 수 있구나를 느끼게 해 주면서 그 시가 마냥 함축적이거나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키건이 대단하구나, 짧은 글로도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구나,를 느꼈습니다.

'막달레나 세탁소'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던 터라 소설 속 내용이 과거의 사건을 담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1996년에 문을 닫은 막달레나 세탁소는 가톨릭 교회가 아일랜드 정부와 함께 운영하고 정부가 자금을 지원한 곳으로 은폐, 감금, 강제노역을 당한 여성과 아이가 3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성 윤리에 어긋난 짓을 저지른' 여성들을 교화시킨다는 명분으로 학대와 폭력을 당했습니다. 무려 70년이 넘게 행해진 인권 유린에 대해 2013년이 되어서야 총리가 사과문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최근 동두천의 옛 성병관리소를 철거한다는 기사가 생각났습니다.
성병관리소는 70~90년대에 미군 '위안부'를 상대로 성병관리라는 명목으로 감금시키던 곳입니다. 수많은 여성들이 강제 수용되어 페니실린을 맞았다고 합니다. 2022년 대법원에서 국가의 불법성과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인정하고 피해자 여성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특별법「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은 20대와 21대 국회의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그런데 동두천시는 '흉물'이라며 이를 철거해 개발사업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국가가 자행한 인권 유린의 증거이자 기억해야 할 문화유산을 오히려 철거해 버리고 기억에서 지워버리려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일랜드에서는 70년이 지나 받은 사과문을 우리는 언제 받을 수 있을까요. 
 
아래는 클레어 키건의 2022년 부커상 인터뷰에서 남긴 말 중 일부입니다. 
 

이 책은 아버지와 함께 석탄을 배달하러 간 소년이 기숙학교의 석탄 창고에 갇혀 있는 또래 소년을 발견하는 이야기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소년의 아버지는 그저 문을 잠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다음 배달을 계속했지요.
어느 순간부터 저는 석탄 배달부의 관점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그에게 집중했습니다. 아버지인 그가 이 사실을 지닌 채 어떻게 배달을 마치고, 하루를 보내고, 인생을 살아갈지 그리고 그가 여전히 자신을 좋은 아버지라고 여길 수 있는지 탐구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저는 펄롱이라는 남자가 이 소설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자신을 좋은 아버지라고 여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딸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하지 못할 수도, 사업을 잃고 가족을 부양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고, 우리 마음속에 갇혀 있는 것을 어떻게 안고 살아가는지에 관심이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여성 혐오나 가톨릭 아일랜드, 경제적 어려움, 부성 또는 보편적인 것에 대해 글을 쓰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소녀와 여성이 수감되어 강제로 노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거의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싶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과 따스함을 나누는 크리스마스라는 배경이 이야기와 대비되며 추위가 더 매섭게 느껴집니다. 사실을 깨달은 순간, 이전으론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나는 펄롱처럼 무언가를 행동에 옮길 수 있을지,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사소하지 않은 지를 곱씹게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계절에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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