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 대하여/김혜진
발행일 : 2017년 9월 15일
쪽수 : 216쪽
출판사 : 민음사
가격 : 종이책 14,000원, eBook 9,800원
안녕하세요, 푸른버섯입니다.
딸에 대하여는 무척이나 더웠던 7월에 읽었던 책입니다.
책에서도 느껴지는 더위를 느끼며,
이 책이 주는 메시지와 물음에 제가 겪었던 여러 일들과 복합적으로 많은 생각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엄마와 딸의 관계,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 많은 소설입니다.
작가 소개
김혜진 작가에 대한 소개글을 가져왔습니다.
김혜진
1983년 대구에서 태어나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치킨 런』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어비』 『너라는 생활』, 장편소설 『중앙역』 『딸에 대하여』 『9번의 일』, 중편소설 『불과 나의 자서전』이 있다. 중앙장편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 대산문학상, 2021·2022 젊은 작가상,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했다.
저는 이 책으로 김혜진 작가의 글을 처음 접했습니다.
다음 책으로는 김유정문학상을 받은 '푸른색 루비콘'을 읽어보고 싶네요.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도 개봉되었습니다.
이미랑 감독의 작품으로, '엄마'역은 오민애 배우, 딸인 그린과 그의 애인인 레인은 임세미 배우와 하윤경 배우가 출연합니다.
예고편을 봤을 때 제가 소설을 읽으며 그렸던 이미지와 비슷해 신기했습니다.
책을 읽고서 8월에 강릉에서 열리는 정동진 독립영화제에 갔었는데요, 장편 영화로 상영하는 것을 보고 매우 반가웠습니다.
아쉽게도 시간이 맞지 않아 보지 못했지만 현재 왓챠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줄평
이해를 포기하지 않는 마음
독서 기록
“너희가 가족이 될 수 있어? 어떻게 될 수 있어?
혼인 신고를 할 수 있어? 자식을 낳을 수 있어?”
“엄마 같은 사람들이 못 하게 막고 있다고는 생각 안 해?”
책을 소개하는 글에 있던 대화입니다.
이 문구를 보고 궁금해 책을 들었습니다.
단순히 엄마와 딸과의 이야기일까 싶었는데 동성 연인이 있는 딸에 대한 엄마의 독백이 가득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독백의 흐름을 찬찬히 짚어나가는 것이 이 소설의 매력일 수 있겠네요.
이 책을 짧게 요약하자면 간병일을 하는 엄마와 레즈비언인 딸(그린), 딸의 애인(레인)이 함께 살게 되고,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들과 딸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그 사이에서 레인을 마주하는 화자(엄마)의 목소리로 전개되는 이야기입니다.
책을 읽으며 마음으로 밑줄을 그었던 문장을 적어봅니다.
엄마는 ‘젠’이라는 여자를 간병해주고 있습니다. 젠은 젊은 시절 외국에서 공부하고 돈을 벌어 한국계 입양아, 이주노동자들에게 후원하고 일하다가 치매에 걸렸습니다. 이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그녀에겐 자식이 없습니다.
삶은 결코 너그러워지는 법이 없다.
정세랑 작가의 소설 '시선으로부터'에서도 어렴풋이 알 것도 같을 때에 세상이 뺨을 쳐버린다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삶 앞에서는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 나는 결국 지게 될 거란 것, 그런 지난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어딘가에서 읽은 글에 죽는 것보다 눈앞에 닥친 삶이 더 무섭다, 두렵다 했었는데 정말 그 말이 맞다고 느꼈습니다.
그녀가 쌓아온 것들에 의해 외부 후원을 받고자 요양원은 그녀를 이용하지만 결국 쓸모가 없어지고서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버립니다. 그 모습에서 엄마는 부당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자신을, 딸을 투영하게 됩니다.
딸이 상관없는 남을 위해 하는 행동들이라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가 ‘젠’을 돌보며 갖는 감정에 상관없는 남은 없다는 걸 느낍니다.
아무에게도 무상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기억되지도 않는 젠의 삶. 가족이 아니면, 부인 혹은 딸이 없으면 받지 못하게 될 돌봄이라는 것. 개인의 책임으로 모든 것을 돌리기엔 돌봄이라는 것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사회가 돌봄을 대비해야 합니다.
저도 간병인으로 고작 며칠을 경험했지만 이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니란 걸 알았습니다. 만약 이 일을 할 사람이 나밖에 없다면? 아니 아무도 없다면? 그 비용은, 간병의 질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꼬리를 물고 물음이 커져만 갔습니다.
불안과 두려운 마음을, 까치발을 하고 향해서 서있다는 표현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중 나가는 듯이, 항상 그런 생각은 한 치 앞도 아니고 저 멀리까지 가버릴까요.
엄마가 우리라고 뭐 다를 것 같냐고, 우린 영원히 저런 침대에 안 누워도 될 것 같냐고 하는 부분을 읽으며 조금 울었습니다.
이동권 시위를 하는 전장연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그저 세상에는 돈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 사람들의 하는 짓거리, 말들을 들으면 생각합니다. 정말 이것들이 영원할 것이라 생각하는 건가 하고. 가지고 있고 누리고 있는 게 당연한 게 아니고 그리고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고,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걸. 왜 모르는 걸까요. 모르는 척하는 걸까요.
결국 이 책은 대단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현실적입니다.
마치 영화처럼 큰 사건으로 기적적인 이해를 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이제껏 지켜본 바로는 이해라는 것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아예 의지가 없는 이도 있겠고, 있더라도 이 책의 엄마처럼 무수한 내적 갈등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러다 지쳐 그만두는 이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딸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엄마는, 그게 '떳떳하고 평범하게 사는' 딸의 삶을 놓아버리지 않겠다는 말일지라도, 딸에게 일어난 일의 이유가 그녀가 레즈비언이라는 건 부당하다는 걸 아니까, 그냥 당연한 대우를 받아 마땅하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딸에 대한 그의 목소리를 계속 듣고 싶습니다.
엄마와 그린, 레인의 삶에서 우리의 삶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소설이었습니다.
딸에 대하여를 읽고, 혐오와 배제, 돌봄과 이해를 고민하고, 딸의 입장에서 엄마를 생각해보는 경험을 마주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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