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 지느러미/조예은
발행일 : 2024년 5월 30일
쪽수 : 164쪽
출판사 : 한겨례출판사
가격 : 종이책 15,000원
안녕하세요, 푸른버섯입니다.
새해가 밝았지만 새해가 오지 않은 기분이기도 합니다.
도서관에서 책등을 훑어보다 골랐고, 선 자리에서 단 숨에 읽어버렸습니다.
그만큼 재밌었습니다.
모쪼록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작가 소개
작가에 대한 소개글을 가져왔습니다.
조예은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우수상을, 제4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서 《시프트》로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칵테일, 러브, 좀비》 《트로피컬 나이트》, 장편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스노볼 드라이브》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연작소설 《꿰맨 눈의 마을》 등을 썼다.
칵테일, 러브, 좀비의 마지막 이야기인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를 읽으며 두눈이 커졌던 경험을 잊지 못합니다.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드라마화도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KBS 드라마 스페셜에서 23년에 제작되었었네요.
놀라운 반전이 있으니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책 소개
“세상의 모든 노래를 단 한 사람의 목소리로만 듣길 바라는 마음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지?”
인간이면서 물고기인 치명적 존재의 달콤한 저주 그리고 사랑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소설 공모전에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우수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어느덧 데뷔 8년 차에 접어든 조예은 작가가 신작 소설《입속 지느러미》로 야심 차게 돌아왔다. 《트로피컬 나이트》를 출간하며 애틋하고 섬뜩한 장르 소설 신드롬을 일으킨 그는 매혹적인 스토리와 독보적인 분위기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트로피컬 나이트》에 실린 단편 〈고기와 석류〉에서 인간을 먹어야만 생존하는 어린 괴물 ‘석류’와 중년 여성 옥주의 기묘한 동거를 다루기도 했던 작가는 괴물 이야기에 깊은 애정을 표한 바 있다. 특히 물속에 사는 괴물을 좋아하는데, 심해 생물 사진을 찾아보고 해양 괴담을 뒤적이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입속 지느러미》는 어떤 작품보다 작가의 심도 높은 취향이 한껏 녹아 있다. 인어 이야기와 세이렌 신화를 결합해 잔혹하지만 아련하고 서글프지만 사랑스러운 서사로 독자를 새롭게 만난다.
대학교 작곡 동아리에서 목소리가 아름다운 경주를 만나 밴드를 결성한 선형은 기쁨과 열정으로 가득한 20대를 보내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엄마의 등쌀에 못 이겨 공무원 시험 준비생으로 살아가지만, 음색이 탁월한 가수에게 곡을 주는 작곡가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못한다. 그의 외삼촌은 조선업계에서 일하다 IMF로 해고된 후 괴생명체를 들여오는 밀수 일에 발을 들이는데, 어느 날 산에 묻힌 백골로 발견된다. 얼떨결에 외삼촌의 수족관 건물을 상속받은 선형은 지하실 수조에 사는 혀가 잘린 인어 ‘피니’를 맞닥뜨린다. 처음에는 공포에 질려 도망치려 하지만, 대대로 내려오는 끈질김의 핏줄로 외삼촌이 그랬듯 피니의 소리에 단숨에 사로잡힌다. 밴드 작곡가 시절 만든 노래의 표절곡이 인기를 얻고 한때 너무나도 사랑한 경주와 지독한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인어의 달콤한 저주에 걸린 선형은 기어코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는다. 피니의 혀가 자랄수록 광기를 닮은 사랑에 빠져드는 그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피니의 날카로운 이빨처럼 서늘하고 반짝이는 비늘처럼 매혹적인 《입속 지느러미》는 황홀한 목소리로 인간을 홀려 파멸로 이끄는 세이렌의 속성을 빌려, 상대에게 몸과 마음을 바치고 싶은 사랑의 잔인함을 섬세한 문체로 그려낸다. 소란한 장마의 습기를 머금은 듯한 피니와 선형의 사랑 이야기에 더해, 경제력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맥없이 사그라들곤 하는 우리의 청춘과 무산된 꿈을 자장가처럼 어루만진다는 점에서는 조예은 월드의 새로운 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독서 기록
책을 읽으며 마음으로 밑줄을 그었던 문장을 적어봅니다.
(저작권 문제로 직접 발췌하지 않고, 비슷한 문장으로 수정하여 작성하였습니다.)
📖 경주가 말했다. "좋아. 그럼 우리 밴드 해볼래?" 선형은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이 손바닥에 떨어진다면 이런 기분일까 생각했다. 행복이라는 거대한 운석에 깔려 죽어나가는 ……. 끔찍한 황홀함.
📖 선형은 피니가 삼촌이 아닌 자신이 알려준 노래를, 자신의노래를 불러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질투라면 질투였다. 이미 죽은 사람을 질투하는 스스로가 구차해 모른 척했을 뿐이다.
📖 선형이 경주에게 내 마음을 담은 조각을 가지기엔 너무 하찮아.라고 말한 구절
📖 소각장에서 장사장이 선형에게 말했다. "그거 알아?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을 계속 계속 생각하다 보면 이해에 도달하는 게 아니라 다 상관없어져. 이해하려는 모든 노력이 무의미해지지. 어차피 끝내 알 수 없을 테니까. 나 아닌 모든 존재는 결국 미지의 영역이니까. 그 지점에 이르러서야 깨닫는 거야. 어차피 이해하지 못할 사람을 왜 계속 생각할까?” 장 사장이 선형을 돌아보았다. 선형은 몰래 챙긴 물건을 집어 들었다. ”그래서 어, 나 설마 걔 좋아하나 했지. .이게 전부야”
…
”설마설마했는데 너도 참 지독하구나. 역시 민영이 조카다워.”
…
만사가 귀찮은 듯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네 삼촌도 너도 어디까지 하는지 궁금하다. 그렇게 말한 것도 같았다.
주인공의 이름은 유선형입니다.
읽는 동안 그의 솔직하고 지독하고 집요한 모습이 좋았습니다. 이름이 유선형인 것도.
더 이상 아름답지 않은 목소리를 가진 경주,
목소리를 사랑했던 선형.
그래서 더욱 경주의 어처구니없는 태도에 어이가 없기도 했습니다.
선형의 삼촌도 선형도 대체 그 소리가 어떤 것이기에 집요하게 파고 들었을까요.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고 소음에 불과할만큼 사람을 홀리는 소리가 어떤걸까. 한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바다의 내음을 잘 알고있어서 읽는동안 코끝을 스쳐가기도 했습니다. 차디찬 겨울바다가 떠올랐습니다.
저도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다면 이런 소설을 써보고 싶습니다. 솔직한 주인공으로.
선형이 놓아준 까만바다. 깜깜한 밤바다.
밤바다라는 음악을 최근에 들었는데 사람의 목소리가 밤바다 찰박이는 소리 같았다.
찰박.
찰박.
일정한 간격으로 나는 소리.
그 소리를 듣다보면 무언갈 상상하게 됩니다.
문득 선형이 들었던 소리가 그런 것일까 하고 생각해보게 되네요.
책을 다 읽고 덮으니 몽환적인 표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읽는 동안 상상했던 피니의 모습같기도 합니다.
정말 짧은 소설이라 초반 스토리에 빠져든다면 단숨에 읽게 되실겁니다.
집요하고 솔직한 유선형의 이야기를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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