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한강
발행일 : 2021년 9월 9일
쪽수 : 332쪽
출판사 : 문학동네
가격 : 종이책 16,800원, eBook 11,800원
안녕하세요, 푸른버섯입니다.
제가 함께하는 독서모임에서 한강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으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기로 했습니다.
한강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무척 감명 깊게 읽었기에 이 작품 또한 기대를 품고 읽었습니다.
이 소설이 궁금하시다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어떠한 글들도 직접 읽어보시는 것 외에는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작가 소개
작가에 대한 소개글을 가져왔습니다.
한강
1970년 겨울에 태어났다. 1993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 「서울의 겨울」 외 4편을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대표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대산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말라파르테 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산클레멘테 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 작가 최초로 2016년에는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2023년에는 『작별하지 않는다』로 메디치상 외국문학상을 수상했다. 2019년에는 세계 100명의 작가가 작품을 제공해 2114년에 공개하는 노르웨이 ‘미래 도서관’ 프로젝트의 참여 작가로 선정되어 원고를 전달했다. 2024년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주인공.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할까요.
이다음엔 희랍어 시간과 시집도 읽어보려 합니다.
책 소개
책에 대한 소개는 이 사진으로 대체할 수 있겠습니다.
노벨상 선정 이유로 언급된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이라는 문장이 바로 이 소설을 소개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독서 기록
책을 읽으며 마음으로 밑줄을 그었던 문장을 적어봅니다.
(저작권 문제로 직접 발췌하지 않고, 비슷한 문장으로 수정하여 작성하였습니다.)
📖 체머리를 떨며 뒷문까지 걸어간 할머니가 경하를 돌아봅니다.
📖 노인의 모습이 차창 너머로 멀어지고,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경하는 고개를 꺾고 돌아봅니다. 경하는 그가 혈육도, 지인도 아닌 잠시 같이 서있었을 뿐인 사람인데 왜 작별한 것처럼 마음이 흔들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 경하는 통증으로 인해 인선에 대한 마음까지도 예리하게 그어놓은 금 바깥으로 빠져나갑니다.
📖 경하는 이 섬의 바람이 마치 배음처럼 언제나 무엇이 깔려있다고 느낍니다.
📖 경하는 파문처럼 몸 전체로 번지는 온기 속에서 다시 생각합니다. '물뿐 아니라 바람과 해류도 순환하지 않나'라고.
📖 경하는 아마는 자신의 새가 아니고, 이토록 고통을 느낄 만큼 사랑한 적도 없음을 언급합니다.
📖 인선의 글씨는 속필이자 달필입니다. 글씨들은 빛을 받으면 목소리처럼 일어나고, 촛불이 지나쳐가는 즉시 잠잠해집니다. 경하는 그 글씨들을 읽습니다.
📖 경하는 모든 소리의 잔향이 눈송이들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고 표현합니다. 인선의 숨소리도, 자신의 숨소리도 눈 속으로 삼켜져 들리지 않았습니다.
📖 인선의 엄마는 인선을 돌아보고는 가만히 웃으며 손바닥으로 뺨과 뒷머리, 어깨, 등을 쓰다듬었습니다. 인선은 그 때, 뻐근한 사랑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감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때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를 알았다고 말합니다.
📖 인선은 자신이 귤을 까서 엄마에게 건네면 엄마는 반으로 갈라 큰 쪽을 자신에게 건네며 가만히 웃었다고 말합니다. 그럴 때면 심장이 벌어지는 것 같았다고 고백합니다.
📖 인선은 자료가 쌓여가는 어느 시점부터 스스로가 변형되는 걸 느꼈다고 말합니다.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더 이상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상태', 심장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가 이미 떨어져 나갔고, 파인 그 자리에서 나오는 피는 더 이상 붉지도 않고, 힘차게 뿜어지지도 않으며, 오직 단념만이 멈춰줄 통증이 깜박인다고 표현합니다.
21년 가을 초입에 다 적힌 글들은 저의 24년 가을에 와닿았습니다.
책을 다 읽고서 며칠이 지난 뒤 함박눈이 내렸습니다.
그 눈을 보면서 이 눈이 운동장에 내렸던, 얼굴과 몸을 덮었던 눈일 수 있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한강 작가의 대단함을 연신 느끼며 읽었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태풍의 눈처럼 고요한, 하얀 눈이 가득하고 세찬 바람이 불다 멎다를 반복하는 나무가 가득한, 제주에 서서 읽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경하의 목소리가 잠잠히 귓가에 들리는 듯했고, 인선과의 대화가, 인선의 다큐멘터리가 눈앞에서 어떤 스크린이랄지 혹은 연극무대처럼 펼쳐져 있어 고개를 숙이고 주인공의 목소리를 듣다 고개를 들면 눈 앞에 보일 것만 같았습니다.
서술이 정말 현실적이고 진짜 같아서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바늘로 찌르는 고통이 느껴질 것만 같았습니다.
뻐근한 사랑과 심장이 벌어지는 것 같다니.. 어떻게 이런 표현을 쓸 수 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평상시에 쓰지 않는 단어들로 된 표현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것들이 영어로, 다른 나라 말로 번역되면 이러한 뜻이 온전히 전달될 수 있을까? 노벨상을 받게 된 것은 이러한 것이 전달된 것일 텐데 번역가의 역량도 참 대단하구나 싶었습니다. 언젠가 영어로 된 작별하지 않는다도 비교해서 읽어보고 싶네요.
제주 방언을 곰곰이 읽으며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것에 더 귀 기울이게 되는데 너무 충격적이고 끔찍한 이야기라, 이게 몇 세기 전도 아닌, 몇 십 년 전의 이야기라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 너무도 끔찍했습니다.
점점 충격적인 이야기들에 경하처럼 눈을 가리거나 보지 않는 것을 택하고 싶을 만큼 끔찍했습니다.
책을 읽고서 4.3에 대해 공부를 다시 했습니다.
4.3을 외부에서 경험하는 이야기를 적은 작가의 의도가 이러한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세상이라 느껴졌습니다. 문서들을, 증언들만 언급한 것으로도 이렇게나 고통스러운데 직접 겪은 이들은 어떠할까요.
4.3이 단지 제주라는 섬안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육지로 옮겨지고, 수용소에 갇히고, 그중에서 또 총살당했다는 것이. 그것도 내가 살던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는 것이.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는지.
수많은 죽음에 왜?를 붙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너무 섬뜩했습니다.
춥고 겨울이 오려는 지금, 칠십 년 전의 이맘때.
이념이 무엇이고 명목이 무엇이길래 전쟁은 이다지도 참혹한 결과를 남깁니다. 전쟁은 모든 걸 앗아버리는 것만이 아니라 명분이라는 걸 들먹이며 끈질기게도 인간을 파괴합니다.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가자지구에도 칠십년 전에 일어났던 전쟁이 다른 모습으로 또 존재하고 있습니다. 총을 겨누는 일을 멈추고 막아야 합니다.
바늘에 찔리는 고통을 포기하고 싶더라도 고통을 느끼는 인간이고 싶습니다.
경하가 인선의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난 할머니도, 인선의 새인 아마도 사실 경하의 가족이나 친밀한 관계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는 마음이 흔들리고 고통을 느낍니다.
그 이유는 그들과 같이 내리는 눈과 바람을 맞고 살아가기 때문 아닐까요.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2024.12.12 - [독서기록] - [소설] 작별,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에 등장하는 소설 작별이 실제로 출간된 작품입니다.
작별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독서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 작별, 한강 (3) | 2024.12.12 |
---|---|
[소설] 설득, 제인 오스틴 (13) | 2024.11.28 |
[소설] 슬픔이여 안녕, 프랑수아즈 사강 (4) | 2024.11.27 |
[에세이] 자기만의 방/버지니아 울프 (2) | 2024.11.26 |
[에세이] 아무튼, 여름, 김신회 (7) | 2024.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