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작별/한강
발행일 : 2018년 10월 19일
쪽수 : 224쪽
출판사 : 은행나무
가격 : 종이책 12,000원. 절판.
안녕하세요, 푸른버섯입니다.
2024.11.30 - [독서기록] -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지난번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글을 썼었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나오는 '작별'이라는 작품이 실제로 쓰인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너무도 읽고 싶었었는데요.
운 좋게도 도서관에서 빌려볼 수 있었습니다.
표시는 눈이 잔뜩 내려 인 언덕길에 누군가 걸었던 흔적, 발자국이 남아있는 풍경입니다.
눈이 지금도 내리는지. 시야가 부옇게 보일 것만 같습니다.
오른쪽 상단에는 수상작인 작별이 적혀있는데 반짝이는 작은 것들로 글씨를 이루고 있고 작품 속 눈사람이 된 주인공이 바람에 몸에서 눈이 저렇게 날릴 것처럼 표현되어 있습니다.
작가 소개
작가에 대한 소개는 지난번 포스팅을 참고해 주세요.
최근 노벨상 수상 기념 강연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수상소감도요.
아직 읽거나 듣지 않으셨다면 전문을 읽고 들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촛불이 가득한 요즘, 한강 작가 말하는 언어의 힘을 또 한 번 체감하는 요즘입니다.
책 소개
겨울의 어느 날 벤치에서 잠시 맘이 들었다가 깨어나고 보니 눈사람이 되어버린 여성에 관한 이야기로, F. 카프카의 《변신》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작품인 동시에 작가가 이전의 작품들에서 보여준 변신에 관한 서사와 그 맥이 닿아 있는 작품이다.
다른 징조도 그 어떤 특별한 신호도 없었다. 그냥 보통의 하루, 매일 산책하는 천변의 어느 벤치에 앉아 약속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졸음이 쏟아졌고 잠이 들어버렸다. 깨어보니 그녀는 눈사람으로 변했다. 그 몸에서 한 군데 다른 부분이 있다면 왼쪽 가슴, 심장이 있던 자리다. 예전처럼 박동하진 않았지만 미미하게 따뜻할 뿐이다.
그녀가 눈사람이 된 건 이상한 일이었다. 하긴 이상하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이미 그녀는 세상에서 조금씩 지워지고 있었고 녹아 사라지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그녀는 아이와 끝말잇기를 하고,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걸고, 남동생에게 연락하고자 한다. 그런 와중에 그녀는 좀 더 녹아 사라지는 중이다. 그녀는 억울하지 않았다. 후회스러웠으나 후회는 없었다. 그냥 끝, 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녀는 고요하게 마지막 순간을 기다렸다.
독서 기록
깜빡 졸고서 일어나 보니 눈사람이 된 여자는 생각보다 담담, 덤덤했습니다. 갑자기 눈사람이 되었으니 또 갑자기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작별을 준비했습니다.
애인의 얼굴을 보고서 아이를 떠올렸다. 애인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던 실의 존재도 사라졌다고 느꼈습니다.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작별인사가 될지도 모르니 서둘러 아이를 만났습니다.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있다면. 하고 바랐던 주인공은 이번이 그 끝일까 하며 오빠의 죽음을 떠올렸고, 동생과의 어린 시절, 애인과의 감정을 나누었던 일, 권고사직을 당한 회사일 등을 떠올립니다.
눈사람이 된 주인공은 몸이 녹아가는 걸 느끼며 늑골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조심스레 움직이다, 그러다 그만 무서울 게 뭐야. 이렇게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고통이 없다면 두려움도 없지 라고 합니다.
눈사람이 되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사람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치는 사소한 실수에 동생과 자신에게 격분하던 오빠, 그리고 고등학생이 된 뒤 괴롭힘으로 자살하고, 부모는 합의금으로 사건들 마무리 지은 일,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라는 말에 느낀 분노와 굴욕감.
왜 그리고서, 피와 살과 내장과 근육이 있는 몸을 다시 갖고 싶지 않았을까요.
인간답게 살아가기가 버겁게 느껴졌나?
심사위원의 심사평에는 존재와 소멸의 경계, 인간과 사물(눈사람)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를 슬프도록 아름답게 재현했다고 했습니다.
소멸이라는 운명을 운명에 대한 사랑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제게는 아직 어렵습니다.
이 소설에서도 꿈이 등장합니다. 그는 숨진 노동자를, 죽은 아이들을 생각했습니다. 꿈은 생각하는 게 나오는 거니까요. 사물 같은 삶을 살면서도 인간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동생에게 네가 내가 널 원망할 거라고 생각해 왔는지 모르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야. 네가 윤이와 나에게서 멀어져 가는 매 순간을 난 명백히 이해했어. 자신을 건설하기 위해 가깝고 어두운 이들에게서 등을 들리는 사람의 용기를. 정말이야 조금도 서운하지 않았어. 같은 방식으로 윤이가 나를 떠났다 해도 난 서슴없이 이해했을 거야. 다만 분명히 알 수 없는 것을 이것뿐이야, 먼지 투성이 창을 내다보는 것처럼 아니, 얼음 낀 더러운 물 아랠 들여다보는 것처럼 말이야. 그러니까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얼마나 사랑해야 우리가 인간인 건지라고 말하기를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얼마나 사랑해야 우리가 인간인 건지, 이 문장은 얼마 전 한강 작가가 노벨상 수상 기념 강연 ‘빛과 실’에서 언급했기에 그리고 그 문장이 나에게 깊게 박혔기에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설명하며 인선의 어머니 정심의 삶을 가리키며 우리는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가? 어디까지가 우리의 한계인가? 얼마나 사랑해야 우리는 끝내 인간으로 남는 것인가? 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고통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소년이 온다를 출간한 뒤, 독자들이 느낀 고통과 작가가 쓰며 느꼈던 고통의 연결성을, 고통의 이유를 인간을 사랑하고자 하기에 그 사랑이 부서질 때 고통을 느끼는 것일까? 사랑에서 고통이 생겨나고, 어떤 고통은 사랑의 증거인 것일까? 라고 했습니다.
인간, 사랑과 고통.
얼마나 사랑해야 인간으로 남느냐는 질문과 그 사랑으로 인한 고통이라는 것에 대해 오래도록 곱씹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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